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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테헤란입니다.
전세권 설정된 집이라는 문구를 검색하는 순간, 이미 마음은 불안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전세 사기, 깡통전세 이야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다 보니, 보증금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묶어두고 싶어지는 심리죠.
등기부등본에 내 이름이 적혀 있으면 왠지 안심이 됩니다.
그래서 전세권 설정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이 작동하는 방식이 감정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데 있습니다.
실무에서 전세권 설정된 집이 오히려 불리해지는 장면을 반복해서 마주하게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 전세권 설정된 집이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세권은 물권입니다.
이 한 문장이 주는 무게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전세권을 확정일자보다 강한 권리라고 오해합니다.
물권은 등기만으로 효력이 생기고,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거용 주택에서는 이 구조가 그대로 장점이 되지 않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입하는 순간, 게임의 규칙이 바뀝니다.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를 갖춘 임차인은 단순한 채권자가 아니라, 법이 특별히 보호하는 지위를 얻게 됩니다.
실제로 경매가 진행되면 확정일자부 임차인은 건물과 토지를 합산한 전체 매각대금에서 배당을 받습니다.
반면 전세권은 원칙적으로 건물에 설정됩니다.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건물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유형에서는 이 차이가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건물 감정가는 거의 없고, 토지 가격만 높은 경우 전세권 설정된 집이라도 배당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이 구조는 판례와 실무 모두에서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2 경매가 시작되면 전세권은 어떤 한계를 드러낼까?
전세권은 배당요구를 하는 순간 소멸합니다.
이 부분을 검색 단계에서 정확히 인지하고 계신 분은 많지 않습니다.
경매 절차에서 전세권자가 배당요구를 하면, 전세권은 매각으로 사라지는 권리가 됩니다.
만약 낙찰가가 낮아 보증금 전액을 회수하지 못했다면, 남은 금액이 있어도 집을 비워줘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은 다릅니다.
배당을 일부만 받았더라도, 잔액을 받을 때까지 점유를 유지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됩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 협상력, 회수 가능성, 낙찰자와의 관계 설정까지 모두 영향을 미칩니다.
또 하나 간과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구조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일정 금액 이하의 보증금에 대해 금융기관보다도 먼저 배당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권자는 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 결과, 전세권 설정된 집에 살고 있음에도 뒤에 들어온 소액 임차인이 먼저 돈을 받아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결코 드문 장면이 아닙니다.

3 그렇다면 전세권 설정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그렇다고 전세권이 항상 잘못된 선택은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순간, 전세권은 유일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전입신고 자체가 불가능한 계약 구조입니다.
업무용 오피스텔, 법인 명의 계약처럼 주민등록 이전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확정일자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이때는 전세권 설정을 통해서만 순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속도입니다.
임차권자는 보증금 반환을 받지 못하면 소송을 거쳐야 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판결까지 통상 수개월이 소요됩니다.
반면 전세권자는 등기부등본만으로 곧바로 임의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빠른 해결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세권은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법적 구조와 실무 사례 모두에서 확인되는 부분입니다.

마무리
전세권 설정된 집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금 선택이 맞는지, 혹시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되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서입니다.
문제는 전세권과 확정일자 중 무엇이 더 강하냐가 아닙니다.
내가 처한 계약 구조와 주택 유형에서 어떤 권리가 실제로 작동하느냐가 핵심입니다.
형식만 보고 결정하면, 정작 위기 상황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권리를 손에 쥐게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초기에 구조를 정확히 짚어두면, 불안은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바뀝니다.
지금 고민하고 계신 지점이 있다면, 비용부터 쓰기 전에 방향부터 점검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 선택 하나가 보증금의 운명을 가르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