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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강타한 유튜브 콘텐츠 '숨듣명'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2020년을 강타한 유튜브 콘텐츠 '숨듣명'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로톡뉴스 안세연 기자
sy.ahn@lawtalknews.co.kr
2020년 12월 29일 21시 36분 작성
2020년 12월 29일 23시 15분 수정
전국에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 돌풍 이끈 PD 겸 방송인 재재
'숨듣명' 활용해 방송 내보낸 Mnet과 SBS 향해 잇따라 불쾌감 드러냈지만
PD 출신 등 변호사들은 '숨듣명' 논란을 어떻게 바라볼까
올해 가요계의 가장 핫한 트렌드 중 하나 '숨듣명'을 기획하고 유행시킨 프로듀서 겸 방송인 재재가
SBS와 Mnet의 사용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MBC 라디오스타⋅유튜브 문명특급 채널 캡처 및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올해 가요계의 가장 핫한 트렌드 중 하나는 '숨듣명' 이었다.
대놓고 듣기엔 창피해서 숨어 듣는 명곡이란 뜻의 신조어인데, 비의 '깡' 등 수많은 곡들이 숨듣명을 통해 재조명됐다.
이 말을 전국에 유행시킨 장본인은 바로 프로듀서(PD) 겸 방송인 재재(본명 이은재⋅30).
그런 그가 최근 숨듣명을 따라 한 다른 방송 코너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를 PD로 고용한 지상파 방송사 SBS와 케이블 채널 Mnet이 유사한 프로그램을 방송에 내보내자,
방송 화면을 찍은 사진에 '눈 뜨고 코 베였다'를 연상케 하는 이모티콘을 합성해 개인 SNS에 올렸다.
SBS와 Mnet은 코너 형식만 따라 한 게 아니었다.
방송에 사용한 노래들은 재재가 숨듣명 코너에서 소개한 곡들과 대부분 겹쳤다.
'숨듣명' 콘텐츠는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 크다
'숨듣명'을 기획하고 띄운 재재로서는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
만약 재재가 법적으로 이런 권리를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변호사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숨듣명에 대한 법적 권리를 주장하긴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설령 저작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권이 재재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PD&LAW 법률사무소의 한상훈 변호사, 법무법인 승운의 정석원 변호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권단 변호사. /로톡DB
① 아이디어는 애초에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
우선 숨듣명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애초에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건 구체적인 '표현물'이기 때문이다. 재재가 숨듣명을 아무리 유행시켰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10년 가까이 KBS에서 PD로 근무한 한상훈 변호사(PD&LAW 법률사무소)는
"숨듣명 그 자체는 숨어 듣는 명곡을 대중에게 알려준다는 취지로 아이디어의 영역"이라며 "같은 취지의
다양한 콘텐츠를 타인이 만들었다고 해서 저작권 침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② 프로그램명 역시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
재재가 불쾌감을 표현한 방송사들은 모두 '숨듣명'을 자막으로 내보내는 등 해당 키워드를 활용했다.
'2020 K-POP 트렌드 네 번째-숨어서 듣는 명곡(SBS)', '숨어서 들었던 최고의 명곡 BEST 10(Mnet)' 등 구체적인 표현만 일부 바꿨을 뿐이었다.
하지만 역시 변호사들은 "애초에 이것도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했다.
우리 판례가 프로그램명 등은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창작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법인 승운의 정석원 변호사는 "이러한 판례 태도를 고려했을 때 '숨듣명'이라는 프로그램명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기 어렵다"고 했다.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권단 변호사도 "숨듣명이라는 프로그램명에 대한 권리 주장은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③ '편집 방식, 표현 방식' 따라 하면 문제 될 수 있지만 "가능성 낮다"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는 건 재재가 선택한 편집 방식, 표현 방식 등을 타 방송사가 모방한 경우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그렇게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정석원 변호사는 "SBS, Mnet이 재재가 올린 유튜브를 그대로 복제⋅전송하는 정도의 행동을 했다면 저작권 침해지만,
(실제 두 방송사가) 그런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테헤란의 이수학 변호사도 "SBS도 Mnet도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곡 리스트가 유사한 것만으로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어렵다"며 다만
"구체적인 인터뷰 구성 방식에 대해서는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정향의 정은주 변호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재재가 저작권을 주장하려면
우선 유튜브 콘텐츠 자체에 다른 영상 콘텐츠와 구별될 정도의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며 "당장 판단하는 건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법원이 이를 쉽게 인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테헤란의 이수학 변호사, 법무법인 정향의 정은주 변호사. /로톡DB
저작권 침해 주장할 수 있는 건 SBS
설사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더라도, 변호사들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 건 재재가 아니다"라고 했다.
재재가 SBS 보도국 소속의 PD라는 점에서 "해당 유튜브 콘텐츠의 저작권자는 재재가 아니라 SBS일 가능성이 유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상훈 변호사는 "재재가 유튜브를 업무상 회사 지시로 운영했다면 해당 콘텐츠의 저작권자는 SBS"라고 했고,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이러한 업무상 저작물은 별도의 특약사항이 없는 한 회사가 저작권을 갖는다"고 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대로 SBS가 저작권자라면, SBS는 이번 저작권 침해에서 확실하게 자유롭다.
애초에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사용한 것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Mnet의 경우 여전히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여지가 남는다.
하지만 권단 변호사는 "역시 PD 역할을 한 재재가 주장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사안이 아니라 SBS가 주장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출처: https://news.lawtalk.co.kr/issues/3138
(로톡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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